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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04-12-24
    • 저자: 박완서
    • 낭독자: 김은정
    • 출판사: 세계사
    • 러닝타임: 3:57:19

1931년 개성 외곽 지역인 경기도 개풍에서 출생한 박완서는 어린 시절 서울의 조부모 품에서 자랐다. 1950년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그해 6ㆍ25전쟁이 발발하면서 중퇴했다. 1953년 직장 동료였던 호영진 씨와 결혼한 뒤 전업주부의 삶을 살던 중 1970년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장편소설 <나목(裸木)>이 여성동아 공모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등단은 늦었지만 이후 40년간 책을 내지 않은 해가 없을 정도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 청소년용을 포함해 박완서의 작품이 실린 책은 200여 권 정도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살아 있는 날의 시작>,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 남자네 집> 등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와 함께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같은 동화집도 발표했으며, 동화 <옥상의 민들레꽃>,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 등은 교과서에도 실렸다. 지난 1988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후,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외아들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박 씨는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계속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과 남편을 만날 생각을 하면 죽는 것이 무섭지 않다고 말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담낭암 진단을 받은 후 투병 중에도 문예지 문학동네의 젊은 작가상 심사를 맡아 병상에서 후보작들을 읽는 등 마지막까지 문학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1월 22일 병원에서 투병 중 향년 80세로 타계했으며, 장례식 전날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주요 수상으로는 1994년 제25회 동인문학상, 1999년 제14회 만해문학상, 2001년 제1회 황순원 문학상, 2006년 제16회 호암예술상 등이 있다.

작가 박완서가 아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기록한 일기 <한 말씀 하소서>가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되었다. 가톨릭 잡지 <생활성서>에 1990년 9월부터 1년 간 연재했던 것을 <세계사>의 "박완서 소설전집"에 포함시켜 펴낸 바 있다. 자식을 잃은 어미로서의 참척의 고통과 슬픔, 이를 감내해가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 가식없이 풀어냈으며, 자기 자신과 신에 대한 고백의 형식을 띠고 있어 그 절절함이 더하다. '통곡 대신 미친 듯이 끄적거린' 것이라는 저자의 일기에는 앞세운 아들에 대한 비통함과 그리움, 저자 자신이 겪고 있는 극한의 고통과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무정한 세상에 대한 분노, 생명을 주관하는 신에 대한 저주가 뒤섞여 있다. 이러한 분노와 저주, 절규는 존재의 한계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약한 우리 모두의 고백으로 되돌아온다. 이 일기문에서 받는 이같은 감동은 처참함과 비통 속에서도 삶과 죽음, 절대자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며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였던 저자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가 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 이룩한 성찰의 깊이와 인식의 폭에 숙연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